[단편] 나는 박용제를 죽였다.
나는 박용제를 죽였다.
나는 무명 만화가다. 내 일생의 절반을 만화에 쏟아부었으나, 아무도 나의 만화를 봐주지 않는다.
네이버 도전만화와 여러 공모전에 만화를 낼 때마다 정식연재는 커녕 눈곱만한 관심조차 받지 못하기 일쑤였다.
왜일까? 내가 내 만화를 읽어보아도 문제점을 찾을 수가 없었다. 완벽한 그림체, 완벽한 스토리, 완벽한 작화.....
아무리 살펴보아도 흠 잡을데 없는 나의 작품을 한번 더 훑어보고는 읊조렸다.
"만화계는 썩었어. 그렇지 않고서야, 눈뜬 장님들이 아닌 이상 내 만화를 바라봐주지 않을 리 없어."
라고. . . .
그리고 나는 결정했다. 유명한 작가 한명을 고른다. 그리고 그를 처리한 뒤에, 내가 그의 만화를 대신 그릴 것이다. 내가 그 작가가 되는 것이다.
.... 박용제. 너로 정했다 . . .
○●○●
"젠장... 누구야! 대체 누군데 나를..!"
아까부터 쉴새없이 입을 놀리는 저녀석은 작가 박용제다. 방금 전, 박용제의 작업실에 들어가서 어시스트를 죽이고 박용제는 그대로 기절시켜 의자에 묶어놓았다.
"대체 나한테 왜이러는 건데!! 젠장!!"
그나저나... 좀 시끄럽잖아. 나는 조금 짜증을 느껴,옆에 두었던 술병으로 박용제의 머리를 내려쳤다.
"크...윽..!"
"조용히 해. 더이상 떠들면 바로 죽여버릴 거니까."
"......!"
역시 매가 약이라고, 한대 치니 조용해 졌다.
"지금부터 내가 묻는말에만 대답해. 작가 박용제, 맞지?"
"....마..맞습니다."
"갓 오브 하이스쿨을 연재하는."
"...네."
"그래서 말인데, 네 만화 내가 가져도 될까?"
".....네?"
한번 말해서는 말귀를 못알아듣는군. 언제 내가 의문형으로 대답하라고 했었던가? 나는 조금 더 세게, 술병으로 머리를 한번 더 내려쳤다.
"으..악.."
"다시 물을게. 내가 가져도 될까?"
"크..으..... 가지세요.. 제발 목숨만은.."
좋아. 당사자의 허락도 얻었겠다, 이제 그림 그릴 준비를 해 볼까. 나는 박용제의 노트북에서 폴더 하나를 발견했다. '갓 오브 하이스쿨' 의 원고들과 스토리인듯 했다.
"...이건 뭐야?"
"그.. 제가 연재하는 만화의 스토ㄹ..."
쨍그랑
"아니지, '네'가아니라 '나'잖아? 나한테 주기로 해놓고, 거짓말이였던 거야?"
"으..윽.... 죄송..합니다.."
흠.. 이러다간 정말 죽어버리겠는걸. 아직 이녀석은 쓸모가 많단 말이지.
"어쨌든, 너 따위가 쓴 스토리라면 안봐도 뻔하지."
라고 말하며, 나는 원고들과 스토리를 삭제했다. 뭐야 박용제, 그 표정은? 박용제는 세상을 다 잃은듯한 표정을 지었다. 노력해서 만든걸 내가 다 지워버려서 저러는 걸까나? 하지만 이젠 스토리도 내가 쓸거니까.
"아..아아....."
"왜 그래? 이제 네 만화도 아니잖아? 내가 대신 연재해 줄테니까, 걱정하진 말라고."
...라고 하면서, 박용제를 한대 더 쳐서 기절시켰다.
. . . ○●○●
박용제를 이용해 내 신분을 세탁했고, 어제 쥐도새도 모르게 죽여버렸다. 또한 내가 그린 만화를 박용제 대신 네이버웹툰에 올렸다. 더 킹 vs 휘모리의 대결을 그려낸 화였다.
나름 박용제의 그림체와 비슷하게 그렸다고 생각했다. 내가 죽여버린 어시스트에 대해서는, 일을 그만두었고 어시스트가 이전에 그만두었다고만 공지해 두었다. 그리고 만화에 대한 비평과 감상도 볼 필요도 있다고 생각했다. 댓글창은 박용제를 빨아제끼는 쓰레기들 뿐이라 볼 가치가 없었다.
갓오하에 대해 토론하는 사이트는 츄잉과 팬카페 뿐인데, 팬카페는 씹 네덕들 천지니 거르기로 하고 츄잉을 보기로 했다. 츄잉 갓게의 반응은 이러했다.
'제아봉침 72배라니ㅋㅋㅋ 말이되냐?'
'어시스트가 그만뒀었네... 요즘 작화 빻았다 했더니'
'나탁이 쌍요저 쓰면 더킹도 이김'
그림체가 좀 갑작스럽게 변하긴 했어. 나름 비슷하게 그린다고 그린 건데, 티는 났나보군. 어쩔 수 없지. 조만간 다들 익숙해지길 기다릴 수밖에.
. . . . ○●○●
오늘은 주신들이 강림하는 장면을 그려낸 화를 업로드했다. 점점 박용제의 그림체는 없애고, 내 그림체가 돋보이도록 서서히 바꾸는 중이다. 물론 지금의 그림체에 불만을 가진 사람도 많아보이지만, 차차 바뀔 것이다.
오늘도 츄잉 갓게에 들어가서 글목록을 보았다. 역시나 폭발적인 반응.. 당연하지. 큭큭
'ㅋㅋㅋ 더킹급만 6명인데 어떻게 이김?'
'갈수록 작화가 이상해지는거같다. 제주도편 지렸는데'
'이누야샤에서 나오던데요.'
'하아.. 나루토는 보셨죠?'
한 화를 올릴때마다 3~4페이지씩 리젠되는 모습을 보니 나도 덩달아 뿌듯해진다. 역시 내 실력이 문제가 아니였어. '위치'가 문제였던 거지. 지금까지 유명한 작가들은 다 인맥빨 네임드빨이였다는거야.
나도 그놈들의 '위치' 에 올라서면 잘 나갈 수 있다고. 나의 '실력' 과 그들의 '위치'라면 [대작] 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나 스스로 되뇌이며, 오늘도 펜을 잡는다
. . . ○●○●
이번엔 현자의 눈을 계승한 한대위가 주신들과 싸우는 모습을 그려서 올렸다. 강력과 목성 던지기라니 내가 생각해도 씹간지나는 기술이며, 옥황과 한대위의 관계를 이렇게 풀어내다니 씹소름돋는 개연성에 나조차도 몸서리치게 된다.
이런 완벽한 스토리를 구상한 내 자신이 무섭다. 하물며 독자들은 어떻게 나를 찬양하고 있을까. 이번에도 츄잉 갓게에 한번 가 보았다.
'용제 수준나오네 ㅋㅋㅋ ㅂㅅ'
'목성던지기라니... 이 무슨.'
'우리탁 > 느그칠'
?? 반응이 왜 이런거지? 내가 실수 했나? 스케일이 너무 커서 그러나..? 글을 클릭해 보았다.
'목성은 기체행성인데 저게 가능하기나 함?ㅋㅋㅋㅋ'
아뿔싸. 고등학교도 안다니고 만화만 그린 나로써는 목성이라는 행성이 있다는것만 알지 고체 기체 액체 이딴거 몰랐다. 대충 얼버무려야 겠다.
낭..만..을...몰..라....... 나는...문..과라서......
문과도 이정도 지식은 안다는걸 깨달은 것은 이미 다음화를 업로드하고 츄잉 갓게에 재방문 했을 때였다.
. . . ○●○●
아 재미없네 그만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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